치킨으로 대변되는 배달 음식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높은 배달료가 지적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치킨값 상승 요인’과 관련해 업계 전반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배달비’다. 원부자재 상승도 있지만 최근 배달앱 이용자의 확대와 맞물려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배달비를 둘러싼 논란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치킨값 3만원 시대를 부추기는 배경에는 배달비 상승이 있다. 업계에서는 배달비가 매출 비중의 30%까지 오른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배달비 상승과 관련해 배달플랫폼의 요금제 개편과 배달대행업체의 가격 인상이 요인으로 꼽히면서 이들 간의 가격 경쟁에 추가 인상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 배달료 상승의 시작 ‘단건 배달’…수수료와 배달비는 다르다
‘배달비 상승’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은 크게 확대됐고 배달앱과 배달플랫폼 이용자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2조7325억원이던 배달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11월 처음으로 월 1조원을 돌파했다.
‘배달음식’으로 대표되는 치킨은 배달을 통해 성장한 산업 중 하나다. 특히 배달앱 등장 이전과 이후 매출은 ‘배달원 고용’ 시기와 ‘배달대행’ 시기로 극명하게 갈린다.
점주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고정비율로 지출되던 배달비는 이제 배달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부담해야 한다. 배달 의존도가 높은 치킨업계의 경우에는 특히나 배달플랫폼의 요금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배달플랫폼들은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의 평균 중개 수수료는 약 11.4%에 달한다.
배달비가 지출 비중에서 2위로 올라서게 된 배경에는 ‘단건 배달’이 꼽힌다. 2019년 배달시장에 후발주자로 합류한 쿠팡(현 쿠팡이츠)은 기존의 배달앱과의 차별을 위해 ‘단건 배달’을 앞세웠다. 묶음 배달(일반 배달)과는 달리 라이더가 1건만 처리하는 구조로, 수익이 적어진 배달원 확보와 지원을 위해 요금은 비싸졌고 결국 배달비 상승을 부추겼다는게 업계의 해석이다.
쿠팡이츠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수료 1000원에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단행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갔다. 앞서 업계 1위를 달리던 배달의민족 역시 단건 배달 ‘배민1’을 선보이며 같은 조건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양사는 지난 2월과 3월 단건 배달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배달 중개 수수료 9.8%에 배달비 5400원’, 배민1은 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사실상 당초 계약 조건인 수수료 15%, 12% 대비 낮게 적용된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배달료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배달비로 총 6000원(1000원+5000원)의 비용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음식값에 따라 중개수수료가 다르게 적용돼 ‘배달비 1만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단건 배달’ 도입과 과도한 프로모션 등으로 인해 배달비 인상이 급격하게 이뤄졌고, 이미 시장에 형성된 배달비가 경제 상황에 따라 하락 조정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배달플랫폼 한 관계자는 “배달비의 인상은 라이더 확보에 어려움 때문”이라면서 “플랫폼들이 단건 배달을 도입하면서 라이더 고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묶음 배달과 달리 한 곳에만 배달해야 하는 시스템 상 적어진 수입으로 인한 라이더 확보가 어려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배달 플랫폼 vs 배달대행, 배달비 인상 요인 둘러싼 입장 차
배달비는 점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다. 배달비 부담 비율은 점주가 결정한다.
배달플랫폼에서는 ‘단건 배달’ 주문시 플랫폼에서 정한 배달비가 적용되며 일반 배달의 경우 점주는 배달플랫폼 중개 수수료만 지급한다. 배달비는 따로 계약한 배달대행업체에게 내는 구조다.
배달비 상승을 둘러싸고 배달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가 입장 차를 보이는 지점이 바로 ‘일반 배달’이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매출 비중이 단건 배달 대비 일반 배달이 80%에 달한다. 우아한형제 측은 “현재 ‘단건 배달’의 배달비는 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개편으로 적용된 금액으로, 거의 대부분 라이더에게 지급된다”면서 “일반 배달의 경우에는 중개 수수료만 있고 배달비가 없다”고 말했다.
즉, 단건 배달을 제외하면 배달플랫폼으로서 중개 역할만 할 뿐, 배달 비중이 높은 일반 배달비는 없기 때문에 ‘배달비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배달대행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측은 “배달대행업체들은 일반 배달만을 운영한다”면서 “배달비는 지역 지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맹점들과 최저 2500원에서 4500원 정도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는 각 지점에 콜당 88원 수수료를 받는 것이 전부”라면서 “지점들은 계약한 가맹점주들에게 받은 배달비 중 100~200원 선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제외한 금액이 라이더 지급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업체 측은 "생각대로나 바로고, 부릉 등은 각 지점에 자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콜을 연결해주는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라면서 "해당 수수료는 100원 미만으로, 배달대행업체라기 보다는 배달대행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배달비는 각 지점의 지점장이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배달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 배달비 상승은 거대 배달플랫폼의 프로모션과 ‘단건 배달’ 때문”이라면서 “라이더들에게 추가 장려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단행하는 가 하면 단건 배달로 인해 시장에 배달비 5000~6000원이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대행업체는 확보한 라이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격을 조금씩이라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배달시장의 발달로 위기를 극복했던 소상공인들은 이제는 ‘배달비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가맹점과 배달앱, 그리고 배달대행업체로 이어지는 위탁 방식의 배달 산업 구조의 개선과 수수료 체계의 투명성, 라이더 확보 지원책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