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크래프톤이 게임업계를 덮친 실적 한파 속에서도 불같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주요 지식재산권(IP) 확장이 한파를 이겨낸 원동력이다.
반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는 수익성이 뒷걸음질을 치거나 적자를 봤다.
2023년 3분기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영업이익. (자료=각 사, 그래픽=뷰어스)
■ 중국·일본·북미 휩쓴 넥슨 IP…이정헌 체제에서 도약 지속 꿈꾼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13억원, 영업이익 42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47% 증가한 수준이다.
넥슨은 PC온라인 스테디셀러 'FC 온라인'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의 성과에 더해 '블루아카이브'가 힘을 냈다.
특히 '블루아카이브'는 일본에서 2.5주년 업데이트와 글로벌 2주년 업데이트로 해외 매출을 견인했다. 덕분에 넥슨의 일본 지역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 가량 상승했다.
넥슨의 신규 IP인 '데이브 더 다이버'는 북미 및 유럽 시장 개척에 혁혁한 성과를 냈다. 해당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했다.
넥슨은 7분기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분기에도 기대작 '더 파이널스'와 '진·삼국무쌍M'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일본법인) 대표는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인 더 파이널스가 최근 성황리에 오픈 베타 테스트를 마치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며 "라이브 타이틀의 안정적인 성과에 아크 레이더스와 퍼스트 디센던트, 엠바크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등 흥미진진한 신작 라인업을 더해 성장 모멘텀을 지속 확보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넥슨 일본 법인은 10년 간 이어진 오웬 마호니 대표 체제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를 넥슨 일본법인 대표로 내정했다.
이정헌 대표가 떠나는 넥슨코리아 사령탑에는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와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의 공동대표 체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돌아온 BGMI…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신화 계속
크래프톤은 연결기준 올 3분기 실적 매출액 4503억원, 영업이익 18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8%, 30.9% 상승한 수준이다.
크래프톤의 매출 상승은 모바일이 견인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가 서비스 중단 직전 대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19% 이상 늘리면서 모바일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BGMI가 5월 서비스 재개 이후 언밴 이전 수준으로 트래픽과 매출 모두 회복하며 전체 모바일 매출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예상보다 BGMI 매출이 빠르게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TCP)' 개발 종료에 따른 영업비용 감소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끼쳤다. TCP 개발 관련 비용이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649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급감했다. 전체 영업비용은 261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9.7% 감소한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펍지' IP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내년에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개발하는 신규 IP 확보에 힘을 쓴다. 크래프톤의 내년 주요 신규 IP 신작은 모바일 RPG '다크앤다커'와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 'inZOI(인조이)' 등이다.
'Scale-Up the Creative' 전략 아래 퍼블리싱 작품도 갖춘다. 퍼블리싱이 예고된 주요 파이프라인 전략 타이틀은 '프로젝트 블랙 버짓'과 '서브나우티카', '프로젝트 골드 러쉬' 등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그간 다음 신작까지 공백기가 길다는 이유로 디스카운트를 받아왔다"면서 "내년 상반기 '다크앤다커 모바일', 하반기에는 프로젝트 'inZOI'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신작 모멘텀에 따라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수익성 개선 시급…넷마블·엔씨·카카오게임즈 부진
넥슨과 크래프톤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모두 성공했으나 엔씨소프트는 정반대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올 3분기 매출이 4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89% 급감했다.
엔씨소프트는 대형 신작 부재 속에 실적을 책임진 '리니지' IP 시리즈의 매출도 감소하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모바일 게임 매출은 273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373억원)과 비교하면 37.4% 줄었다.
엔씨소프트가 대형 신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TL)’의 출시일을 12월 7일로 확정했으나 매출에서 폭발적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TL은 합리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통해 다수의 유저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성공한다면 지역과 유저 연령층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타당한 전략"이라면서도 "낮은 과금 수준과 높은 유저 규모를 유지하는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에 있어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넷마블도 역성장을 겪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306억원,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7개 분기 연속 적자이나 적자폭을 줄이는데 성공하며 개선 실마리를 찾았다.
특히 신작 '신의 탑: 새로운 세계'와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성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4분기에는 흑자전환 기대감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경기침체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비게임 부문 부진으로 실적이 나빠졌다.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 매출액은 2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고 영업이익도 48% 감소한 226억원에 그쳤다. 모바일 게임 매출이 18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6.7% 감소한 수준이었으나 골프 및 스포츠 레저 통신 사업 등을 포함한 비게임 부문 매출은 28% 가량 감소한 694억원에 그쳤다.
카카오게임즈는 향후 콘솔 및 PC플랫폼 확장과 함께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 맞춰 게임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가디스 오더'와 '프로젝트 V', '아키에이지2' 등 신작 게임 출시 가시화로 신작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전망한다"며 "내년 하반기 기대작 아키에이지2와 검술명가 막내아들 IP(지적재산권) 기반의 신작 게임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신작 모멘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