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국면에서도 차별화된 성과를 달성했듯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 둔화 가능성, 미국 제조업 업황 부진 등으로 투자 매력을 높이기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류영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와 관련해 "기술력 기반의 고성능 메모리를 바탕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글로벌 1위 메모리 업체로 부상했다"며 "AI의 핵심인 eSSD와 HBM3E 비중 상승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를 포함한 짧은 하락 사이클동안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경쟁사들 대비 차별화된 실적을 기록했다. HBM3E 12단 출하도 본격화되며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류 애널리스트의 설명. 실수요 회복과 선제적 재고 확보 영향 강도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는 현시점에서 하반기 안정적인 실적 유지가 가능한 업체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만 긍정적인 1분기 실적에도 잔존하는 불확실성을 반영, 하반기 ASP 증감률을 소폭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유예에 따른 선제적 재고 확보와 이에 따른 하반기 수요 감소 우려에 투자 심리 악화, 그리고 반도체 품목관세도 확정되지 않았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업체들을 확인해 보면 아직까지 강한 재고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송명섭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집계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2025 회계연도 설비투자 전망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며 "주요 빅테크 업체 13개사의 2026 회계연도의 예상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전년의 41.5% 대비 대폭 하락하는 7.0%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전망치대로라면 내년 서버 출하량 증가율은 한 자릿수 초반으로 올해의 한 자릿수 중후반에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에서 향후 인공지능(AI) 투자와 관련한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도 다소 하향 조정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송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주가와 관련해 "이미 일반적인 경기 및 업황 둔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주식을 적극 매도하는 전략은 권고하지 않는다"며 "다만 일반적인 경기 둔화가 아닌 침체가 발생하거나, HBM 수급이 향후 크게 둔화하는 상황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해 적극적인 매매 결정을 하기보다는 당분간 조금 더 지켜보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