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 에페글라나타이드가 암초를 만났다. 한미약품이 해당 신약에 대해 기술 수출했던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돌연 손을 떼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당초 임상 3상까지는 완료하겠다던 계획을 갑자기 바꾼 것이다. 갑작스런 통보에 한미약품의 대응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사노피가 에페글라나타이드에 대한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14일 전했다. 이들은 120일의 협의 기간을 거친 뒤 최종 결과를 내게 된다. 현재로서는 사노피의 권리반환 후에도 이미 받은 계약금 2억 유로(약 2643억원)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미약품 측 입장이다.
한미약품에게 닥친 과제는 해당 신약 임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글로벌 임상 3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갑작스레 지휘대를 잃은 격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사를 찾을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사노피가 에페글라나타이드에 대한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14일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사노피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으로부터 당뇨병 주사제 에페글라나타이드에 대한 기술 도입 후 임상에 돌입했다. 작년 12월에는 임상 3상 완료 후 글로벌 판매 담당 파트너사를 물색할 것이라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반면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 교체 후 연구개발(R&D) 방향을 개편했다. 개편안에는 기존 주력 분야였던 당뇨 질환 연구를 중단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사노피는 지난해 7월에도 당뇨병 신약 진퀴스타 기술이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해당 약물 원개발사 렉시콘파마슈티컬즈는 당시 사노피의 이 같은 선언 2개월 후 2억6000만달러의 중도해지금을 받고 계약종료에 합의했다. 이 같은 점을 미루어볼 때 한미약품도 위약금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이 우려하는 점은 위약금보다는 약물에 대한 시장 신뢰 하락이다. 사노피가 해당 신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약품 측은 “사노피측이 이번 결정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 무관한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고,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될 시점에는 GLP-1 계열 약물의 글로벌 시장이 1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어서 시장성도 충분하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경쟁 약물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의 우월성 비교임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트루리시티가 주 1회 투여하는 GLP-1 유사체로 당뇨병 시장을 꽉 잡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내비추고 있다. 지난 4월 릴리의 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해당 약물은 1분기에만 12억294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에는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 GLP-1 유사체 '리벨서스‘에 대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피하주사제형이 아닌 경구용 약물로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미 주 1회 투여하는 GLP-1 유사체 당뇨병 약 시장은 이 두 제약사가 양분하고 있다. 이미 견고하게 잡혀 있는 시장에 함께 뛰어들려는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사가 쉽게 구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