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공사 계약액이 깜짝 반등했다. 대형건설사 중심으로 반도체와 산업설비 사업 계약액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다만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뚜렷한 수주 양극화 및 수익성 문제, 불확실성 등으로 본격적인 건설경기 회복은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본지가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2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규모 상위 100개 건설사의 건설공사 계약액은 30조4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기업규모별 건설공사 계약액(60조6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위 100개 건설사의 건설공사 계약액이 24조5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건설공사 계약(54조7000억원)의 약 45% 수준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5%포인트(p) 이상 늘어난 셈이다.
특히,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것을 감안할 때 상위 건설사가 건설공사 계약액 반등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대형건설사의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반도체와 발전소 등 대형 산업설비 공사의 영향을 받은 토목 공사의 계약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9% 급증한 2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상위 100개 건설사가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건 지난 5년 간 한 차례도 없었다. 2019년에는 47.5% 수준이었으며 이어 2020년(47.2%)과 2021년(46.5%), 2022년(47.3%), 2023년(48.1%)에도 모두 절반 이하의 비중을 보였다. 반면 올해는 앞서 1분기에도 상위 100개 건설사의 계약 비중이 52.7%를 기록하는 등 2개 분기 연속 절반 이상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의 먹거리 확보가 비교적 활발한 반면에 중소 건설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도 강남이나 서울 지역 주요 입지의 가격이 먼저 반등하는 것처럼 결국 건설업계 전반적으로도 양질의 사업장을 확보하는 게 유리한 대형건설사 중심으로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규모에 따른 수주 양극화도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대형건설사, 수주 반등 기지개에도 건설업계 전체 수익성 회복은 요원
건설업체의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전체적인 계약액은 12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23조1000억원) 대비 0.4% 수준이 늘긴 했으나 수익성 지표는 악화했다. 건설경기의 전반적인 어려움을 드러낸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분석한 결과, 건설업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세전순이익률,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2분기 건설업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3.24%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했을 때 0.16%p 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3.35%에서 2.97%로 0.38%p 낮아졌다.
건설업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매출액증가율은 0.86%로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3.11%p 낮아졌다.
다만, 안정성을 엿볼 수 있는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낮아졌다. 건설업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까지 상승세였으나 2분기에 127.1%로 직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32.8%p 급락했다. 차입금의존도도 올해 2분기에 24.2%를 나타내며 직전 분기 대비 8.7%p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표본 개편에 따른 효과라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2분기에는 0%대에 다다랐다"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의 하락은 그동안 도매 및 소매업으로 분류되던 삼성물산이 건설업으로 분류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